오랜만에 금융에 관련된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고금리 시기에 왜 투자자들은 Equity(주식)보다 Debt(채권 등) 투자를 선호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입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인상합니다.
한편, 고금리 환경 하에서 기업이 설비투자, 리파이낸싱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으로부터 신규 차입을 한다면 이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증가합니다.
(기존 금융부채를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조달했다면 신규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이자비용은 증가하게 됩니다. 변동금리로 20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줄 알고, 만기가 장기인 대출을 변동금리로 끌어왔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인다면 그 사람이 매 월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급증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인플레이션은 매출에는 플러스 효과를, 이자비용에는 마이너스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금리가 4%였는데, (명목금리 4% = 실질금리 2% + 인플레이션 2%)로 구성되어 있었다가 실질 금리는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만 2% -> 5%로 증가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이자비용(금융비용)상 금리 : 기존 4% -> 변경 7% (=실질 2% + 인플레이션 5%)
* 위의 상황이 매출과 비용에 각각 반영된다면, 매출은 전년도 매출액 1,000억 원에 올해 물가상승률 5%가 반영되어 1,050억 원으로 5% 상승하는 반면, 이자비용은 (회사는 은행으로부터 100억 원을 변동금리 조건으로 조달하였다고 가정) 기존 4%인 4억 원에서 7%인 7억 원으로 75%가 상승하게 됩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매출액은 1년 후 5%가 상승하나, 이자비용은 1년 후 75%가 상승하게 되므로 회사의 순이익은 대폭 감소하며 주주를 위한 배당재원 (=남는 현금)이 급감하게 됩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점에는 매출은 조금씩 상승하지만 이자비용은 일시에 급장함에 따라 Equity 투자자인 주주를 위한 배당 가능 재원은 단기적으로 급감하게 되며 (매출액이 점차 증가하며 장기적으로는 해결될 이슈지만), 이 같은 상황이 해결되기까지는 회사의 매출액 증가분이 이자비용 증가분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배당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인 SCHD의 주가가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2022년부터 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단기적으로 회사의 배당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SCHD의 2023년 배당성장률은 전년 동기비 3.77%로 과거 10년 연평균 배당성장률인 10%를 크게 하회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SCHD의 주가는 24년 연초 이후 10% 이상 상승하였으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근시일내에 잡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연준이 다시금 금리 인하에 신중한 스탠스로 돌아서면서 주가는 하락 전환했습니다.
* 다만, 고금리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금리는 올해 7%에서 1년 후에도 7% 추가로 증가하지 않는 반면, 매출의 경우 첫 해에 물가상승률인 5% 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판가 인상의 효과로 다음 해에도 5%, 그 다음 해에도 5%가 복리형태로 꾸준히 거북이처럼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오랜 기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2030 투자자라면, 금리 이슈로 배당성장주의 주가가 하락하였을 때 매수한 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높은 배당수익과 시세차익을 누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모든 주식 투자자들이 5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고금리 환경 하에서 Equity의 투자 매력도는 저금리 환경에서보다 줄어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채에만 투자해도 최소 4~5%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고금리 시대의 주식 투자자들은 과거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기대가 무색하게도 단기적으로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의 배당액은 과거보다 줄어드니 배당주를 투자할 유인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지금처럼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Equity (주식)가 본래의 투자 매력도를 찾는 데에는 한참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2022년 기준금리가 확 인상되고 이제야 2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라 기업들의 매출에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여전히 주식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과거보다 낮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은 배당주의 비중을 줄이고 채권을 담거나, 채권 대신 성장주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또는 기업대출을 주로 하는 캐피탈 사의 실적 개선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MAIN'등의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이 기업의 주가가 $30 수준까지 하락했을 때, 매수 버튼을 누를지 말지 수 십번은 고민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시 메인 스트리트 캐피털 (MAIN) 대신 의료시설 리츠인 MPW를 약 300만원 가량 매수했었는데, 제가 투자한 MPW는 아직도 평가손실이 두 자릿수에 달합니다 ㅎㅎ..
배당주 (or 배당성장주)의 랠리가 시작되기까지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 해 4/4분기는 되어야 내릴 수 있을만한 환경이 조성될 것 같아서 배당주들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은 2025년 초에야 가능할 것 같아요.
금리 변화에 가장 민감한 종목인 리츠 주들의 주가 반등도 2024년 말 or 25년 상반기에야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가장 싼 순간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자금 여유가 되는 한 열심히 보유 수량을 늘려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