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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위험한 일본 경제”, 짐 로저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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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일본에서 난리가 났다. 인력 부족 난리가 난 것이다. 늦은 밤, 일본 동경의 편의점을 가보면 외국인 점원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24시간 운영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어서다.
일본은 최첨단 산업을 일구어오면서도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이다. 가장 일본적인 것을 최대한 지켜오려고 해왔다.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고 급격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동력 부족이 재앙에 가까울 만큼 현실이 되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은 인구가 매년 약 37만 4천 명 정도씩 줄고 있다고 한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2018년 출산된 신생아 수는 약 92만 명으로 매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인데 사망자 수는 130만 명에 이르러 2차대전 이후 최고 사망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 일본으로서는 외국인을 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일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총 27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바 65퍼센트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43퍼센트는 외국인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왜 일본이 최근 외국인 고급인력뿐만 아니라 노동인력까지도 파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2018년 말 통과된 새로운 이민법에 따르면 외국인 단순 근로자는 최장 5년까지 머물 수 있다. 숙련 근로자는 무한정으로 비자 갱신을 신청할 수 있으며 가족들까지도 일본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됐다. 이 법안도 언젠가는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 근로자가 5년 동안 기술을 터득하고 일본 생활에 적응해 활용도가 더 높아지는데 내보내는 건 손해라서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동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의 이런 상황에 대해 암울하다고 몇 년간 거듭 경고해온 이가 있다. 바로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이다. 투자가는 어떤 비즈니스가 현재 당장 잘 되고 있는지 잘 안되고 있는지만 볼 수 있으면 안 된다. 현재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것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주류가 될 것을 미리 알아볼 안목이 있어야 한다. 물론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이익에만 눈이 먼 투자가도 있지만 뛰어난 투자가일수록 사람을 알아볼 줄 알고 조직을 잘 이해하며 미래에 중요한 비즈니스 아이템과 정책, 더 나아가 전 세계 시장의 흐름까지 읽어낸다.


그런 점에서 짐 로저스가 일본에 대해 쓴소리를 자주 하는 것은 사실 일본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안타깝기 때문이라고 종종 말해왔다. 일본에 대한 애착도 있었고 일본 문화도 좋아하고 특히 일본 장어요리인 ‘우나기’를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짐 로저스. 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슴지 않고 일본이 쇠락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쇠락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가 지적하는 일본의 문제점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와 같다. 출산율은 낮고 사회는 초고령화로 들어선지 오래인데 이민에 대해 오픈된 사회도 아니다. 생산 가능한 인력도 현격히 그리고 급격히 줄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짐 로저스는 일본을 이끌어가는 정치가들이 너무 타락했다고 비난한다.
어느 나라든 정치인들은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얽혀있거나 정치적 야욕을 위해 많은 좋지 않은 것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한때 눈부시게 성장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일본 정치인들은 너무도 나라를 돌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진행됐기에 위정자들이 제대로만 했다면 이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문제가 뻔히 보이고 일본 정치가들은 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고민이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한다. ​
일본은 더 이상 혁신과 도전을 하고 있지 않으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돈만 찍어내는 미봉책으로 이제까지 왔다고 지적을 한다. 너무 쉬운 해결책만을 선택해온 결과라는 것. 짐 로저스는 매우 명확히 말한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50년 후 일본은 암울하다고 말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처럼 한때 경제 대국이었던 나라가 쇠락의 길을 걷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니 일본 기업도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짐 로저스는 10대인 딸들이 중국어 중국 문화를 배우라고 일부러 싱가포르에 와있다. 당분간 중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중요할 것이라고 예측해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일본어 자체도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즉 쇠퇴하는 국가의 언어를 자신의 딸들에게 배우게 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일본을 무시해서 짐 로저스가 모욕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국민들과 위정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래도 일본의 쇠퇴를 방치할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농장을 하고 있을 필요도 없으며 가업을 잇는다고 무조건 다 받아들일 것도 아니다. 투자가 좋은 것처럼 보여도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짐은 말한다. 대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이를 기업으로 키워나갈 고민을 하는 게 미래를 위해서도 후세들에게 좋다는 것이다.
일본이 농업 분야에서도 한때는 잘 나갔지만 일본 농부들의 평균 연령이 66세 정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고 한동안 일본은 관광대국으로서의 명맥은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관광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도 그리고 일본의 인력들이 관광 분야에서 필요한 스킬을 기르는 것도 의미가 확실히 있다고 전했다. 물론 지금도 일본은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는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는 있다. 향후 일본은 관광대국 정도로서 선조들이 만들어놓은 독특한 유산으로 먹고 살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일본이 자극을 받기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짐은 영국을 예로 들며 일본 쇠망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한다. 1920년대 대영제국은 가장 잘나가던 나라이지만 1976년 국가파산에 처해서 IMF가 구제해야만 했다. 이탈리아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그나마 EU에 가입해서 위기를 어느 정도 넘겼지만 EU 자체도 상태가 그렇게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일본은 이탈리아처럼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외 기업이 일본 기업을 인수합병해서 일본 경제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 짐 로저스는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가장 흥미진진할 만한 곳이 어디일 것 같냐는 것에 대해 한반도라고 말한 것이다. 북한이 갖고 있는 저렴하면서도 훈련된 노동인력과 천연자원, 그리고 한국이 갖고 있는 자금과 제조능력 등이 합쳐진다면 한반도는 정말 흥미로운 곳이 될 만한 곳이라고 한다. 물론 언제 그 일이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일단 실제 그런 상황이 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무섭게 따라잡은 것만큼이나 현재 일본의 인구감소, 초고령화 사회, 이민 정책 부족, 생산 가능한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을 답습하는 부분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은 일본과 다를 것이라며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조만간 전체 인구의 20%가 고령인구로 채워질 한국은 그렇게 달라만 보이지는 않는다. 좋든 싫든 닮아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기도 한 사회이다. 저출산 국가이기도 하고 말이다. 짐 로저스가 말한 것처럼 복잡하게 볼 것 없다. 산수만 해봐도 상황이 빨리 파악된다. 낳는 아이는 적고 그렇다고 외국에서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지도 않고 생산 가능한 인구는 줄고 사회 전체적으로 고령화는 가속화되는데 과연 두 나라가 확연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싱가포르의 한 기업가는 한국이 여러 면에서 일본을 따라잡은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한국이 무서운 속도로 일본을 따라잡는 동안 중국은 한국을 이미 여러 분야에서 초월하고 있고 초월할 것이다. 즉 한국은 늘 일본과 자신들을 비교하며 식민지 역사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에 일본 추월에 열을 올리지만 한국 경제의 쇠퇴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2022년 3월 일본에서 발간된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의 경제 대석학 ‘유키오 노구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본은 엔저라는 마약에 중독이 되어 빈곤 국가로 전락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70년대 엔화 구매력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한국 경제에도 뒤처질 것이고 낮은 생산성 때문에 월급도 오로지 않는 것이며 일본 고등교육 수준도 미국의 1/7에 불과하다. 일본은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하고 말 것이 확실하다.” ​ 우리는 일본 경제의 쇠퇴에서 승리감에 도취하고 있으면 안 된다. 오히려 일본의 상황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유명 대기업들이 하나 둘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일본을 제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낄지 모른다. 사실은 우리가 일본을 이기고 있다기보다는 일본 스스로가 쇠퇴의 길을 선택하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짐 로저스의 말이 일리가 있다.
한국경제와 한국의 미래는 안녕한가?
다시 짐 로저스의 발언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일본을 망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일본 위정자들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그는 지적한 점을 말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문제점들이 산적해있는데도 뻔히 눈앞에서 슬로모션처럼 벌어지고 있는데도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라를 도리어 더 퇴보시켜버렸다.


노구치 교수도 아베노믹스가 일본을 더욱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나라든 민간에서 아무리 열심히 하고 기업 활동 활발히 해도 위정자들이 나라를 제대로 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며 끌어가지 않고 벼랑으로 끌고 가면 결국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의 정치가들은 입으로는 애국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도리어 자신들의 나라를 망쳐왔다. 어쩌면 한국의 정치가들도 해외의 특정 국가들 비난하며 자신들의 과오와 리더로서의 태만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봐야 한다. 이런 국가의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기업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경제는 꺾일 것이며 미래도 꺾일 수 있다.


물론 위정자만 탓할 것은 아니다. 관료화되어가는 대기업도 혁신을 못 따라가는 것도 문제다. 모든 요소들이 함께 작동되지 않으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일본과 한국은 사람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 더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한국이 현재 겪는 문제들은 이미 일본이 일정 기간 겪어온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일본이 현재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원인을 잘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원본 링크

https://m.blog.naver.com/businessinsight/222918731225

월가의 전설, 짐 로저스의 경고.. "위험한 일본 경제"ㅣ인터비즈

말 그대로 일본에서 난리가 났다. 인력 부족 난리가 난 것이다. 늦은 밤, 일본 동경의 편의점을 가보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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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35818?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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