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평] '변화하는 세계질서' 리뷰(1장. 빅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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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빅 사이클

 

부와 권력을 창조하고 차지하려는 투쟁은 어느 시대에나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부자는 부를 생산하는 수단을 보유한 이였다. 부를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부자들은 정치인과 협력하여 법을 제정하고 강제로 집행했다. 장기간에 걸쳐 이러한 역학 관계가 지속되면 소수의 사람에게 부가 편중되고, 그 격차가 심화되다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취약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빈부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임계점을 넘으면 내란이나 혁명이 발생하게 된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질서를 형성 즉, 부를 재분배하는데 성공하면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다. 저자가 발견한 제국의 탄생과 멸망에 관여하는 18개의 주요 결정 요인은 상승과 하락의 거대한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이 거대한 사이클은 제국의 흥망성쇠를 결정짓고 통화와 시장을 포함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3개의 사이클로 저자는 장기부채 및 자본시장의 사이클, 국내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국제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을 뽑았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생산성 증가, 기업가의 혁신, 자본주의 등으로 인해 커진 빈부격차와 과도한 부채는 20세기 전반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반자본주의 운동과 공산주의가 생겨났으며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내전 및 국가 간의 전쟁이 발생했다. , 부와 권력의 지형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거대한 사이클이다.

 

 장기적으로 자본주의는 부와 기회의 격차, 과도한 부채를 초래했고, 이는 불황, 혁명, 전쟁을 일으켜 국내 질서와 세계 질서의 변화를 가져온다. 90년대 말부터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해 중남미 전반에 걸쳐 좌파 정부가 연쇄적으로 탄생한 현상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는 소득 불평등 악화에 따른 계층 간 갈등 심화가 원인이었다. 구체적으로, 국내 갈등 심화는 정치 불안정을 야기하였고 무역개방 등 당시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불만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자국 내 산업보호를 목적으로 좌파 정당과 정치 연합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정부패 스캔들로 좌파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었고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우파에 권력을 양도하였다. 우파 정부 집권기 중남미 국가는 빈곤층 증가, 빈부격차 확대, 실업 증가 등을 겪었고 우파 물결이 퇴조하면서 2차 핑크 타이드 시대가 열렸다.

 

역사를 통해 저자는 부와 권력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되는지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국가의 부와 권력을 결정짓는 8가지 결정 요인은 1) 교육 2) 경쟁력 3) 혁신 및 기술 4) 경제 생산량 5) 세계 무역 점유율 6) 군사력 7) 금융 중심지로서의 영향력 8) 기축통화 지위이다. 구체적으로, 상승한 제국의 교육 수준은 혁신과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교역량, 군사력, 생산량의 증가로 연결되어 제국은 시차를 두고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얻는다.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의 당대 최고 패권국가는 8가지 결정 요인을 갖춘 국가였고, 현재는 중국이 패권국가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미국은 2022년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은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점 더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모두 갖춘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며 강하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2001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였지만 2020년에는 17.4%로 성장했으며, 상품 수출은 7배 넘게 증가하여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되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는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중국식 세계질서를 확산하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프로젝트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일대일로 공고화와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활성화를 통해 중국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국가와의 위안화 거래를 활성화하여 미국과 금융전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석유 수입을 늘리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중국의 누적 투자는 2021년 기준 4347000만 달러에 달하며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는 중국 석유화학 컨소시엄과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중국 석유회사와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은 20183월 중국 상하이 선물거래소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하자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시작했다. 현재 페트로 달러 체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우디가 중국과 협력하는 상황은 미국의 입장에선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자료 = 일대일로 참가국 현황  출처: 푸딘대 녹색금융개발센터

 

저자는 미국이 쇠퇴하는 주된 이유가 과도한 부채에 있다고 주장한다. 기축통화국으로서 과도한 특권을 누린 미국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돼 부채가 지속 증가한다. 국제적인 무력 충돌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국내 과소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채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국민의 구매력을 증가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통화의 가치를 훼손한다.

 

이처럼 채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불경기가 닥쳐 부채 상환을 위한 차입이 어려워지면 국가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거의 모든 국가는 화폐를 발행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가 침체할 조짐이 보이자 미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낮췄고,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사상 최고인 31조 달러를 기록하며 연방정부의 부채한도인 289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당시 연방정부는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고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금융위기를 화폐 발행량 증가를 통해 모면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채 사이클의 막바지에 와 있는 미국의 정치적으로 분열된 정부는 채무를 발생시켜 국민에게 살포함으로써 재정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많은 양의 화폐를 찍어내어 중앙정부를 도와주고 있다. 이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강대국이 나타나 무역, 기술개발, 지정학적 측면 등에서 미국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자료 = 미국 M2 통화량 추이 출처: Trading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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