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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부하기] 구글의 전략 변화, 삼성에 이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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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테크 기업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였습니다. MS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에 매진했고 삼성, 소니 등의 기업은 하드웨어를 제조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구글-삼성처럼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업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하나의 기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제조, 판매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비용의 문제, 이용 가능한 인적 자원풀의 한계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 외에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개발할 때의 시너지가 적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테크 기업들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됨에 따라 기업들의 제품 관련 전략이 수정되고 있습니다. 잘 팔릴 제품(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맞춰 그간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던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으로의 진출을 점차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전략의 첫 단계. 구글 스토어


출처: 구글 블로그

구글이 자신들의 하드웨어 관련 제품군을 선보일 첫번째 매장은 뉴욕의 첼시마켓 지역에 자리 잡았습니다. '구글 스토어'라고 이름붙인 이 곳에서는 제품 판매는 물론, 제품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행사와 제품 수리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된다고 합니다. 애플의 애플스토어와 명칭과 역할이 매우 유사하죠. 그런데 전자제품에 관심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구글의 하드웨어 제품군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구글의 하드웨어 라인업은 꽤나 탄탄한 편입니다. 구글의 스마트폰 시리즈인 '픽셀', 교육용 노트북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크롬북',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핏비트', IOT 디바이스인 '네스트' 외에도 크롬캐스트 등의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상태입니다. 구글의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6년 '메이드 바이 구글'이라는 명칭으로 흩어져있던 다양한 제품들을 한 우산 아래 모으고 대만의 유명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 애플워치와 경쟁하던 핏비트 등의 유명 전자제품 제조기업을 인수하며 제조역량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출처: statcounter

현재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2012년에는 구글이 기획하고 삼성이 위탁 생산한 갤럭시 넥서스라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구글은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에 맞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자신들은 핵심역량인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집중하고 삼성전자, HTC, LG 및 여러 제조기업들의 힘을 빌려 많은 물량공세로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죠. 그리고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위치정보, 앱 별 사용시간같은 데이터는 구글이 이후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들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었죠.
그러나 제조사들의 소프트웨어 설계역량이 시간이 지나며 커지게 되었고 이제 이들은 구글의 OS를 자체적으로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앞으로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안드로이드 OS의 시장 점유율과 구글의 데이터 점유율은 일치하지 않는 것이죠. 이는 모바일 OS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수집되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모두 자사의 데이터로 사용 가능한 애플과 비교되는 구글의 약점입니다. 건강, 의료, 결제, 생체인식의 데이터는 테크 기업들이 앞으로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필수적인 원료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구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제작하는 투 트랙 전략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전략의 두번째 단계. 구글 실리콘


출처: 애플 홈페이지

구글의 하드웨어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의 설립에서 자체 칩 개발로 이어집니다. 애플워치, 아이폰에 탑재되는 A시리즈 칩셋과 신형 맥북에 탑재된 M시리즈(애플 실리콘) 칩셋은 모두 애플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반도체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에 적합하게 반도체를 설계하였기 때문에 타 제조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전력대비 성능과 낮은 발열, 긴 배터리 사용시간 등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과 유사한 제품군을 보유한 구글 역시 최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첫 자체 개발 칩은 올 가을에 공개될 픽셀6 스마트폰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의 LSI 사업부와 협력하여 제작 중인 해당 반도체의 프로젝트 명은 '화이트 채플', 직원들 사이에선 구글 실리콘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계획대로 협력의 결과물인 구글 실리콘 칩의 성능이 애플의 M1칩셋이 보여준 것 만큼의 성능을 내준다면 소비자들도 구글의 스마트폰과 다른 디바이스들에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니 투 트랙 전략의 성공을 위해 구글은 이 반도체의 성능을 입증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와의 시너지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에도 노력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하드웨어는 그에 걸맞는 소프트웨어가 더해질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구글과 삼성


출처: 삼성 베트남

지금까지 출시된 구글의 하드웨어 외에도 끊임없이 구글은 새로운 제품들을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면, 더 이상 구글은 삼성전자를 자신들의 OS 점유율을 유지하는 소중한 전략적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경쟁기업으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10년 전 애플이 아이폰4를 기획하던 때에 아이폰4의 칩셋을 제조하던 기업은 삼성전자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고 그들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할 경쟁기업으로 부상하자 애플은 그들의 공급망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다른 파운드리를 포함시켰습니다. 기업들의 전략적 동맹, 협업이라는 것은 기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동의 속에서 발효됩니다. 구글의 하드웨어 전략이 점차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서, 구글의 전략적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한 위탁 생산 공장으로 전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삼성전자는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모두 부각되는 이 시점에서, 제조역량에 비해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한 한국 고유의 산업 구조는 어떤 혁신을 취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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