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HL홀딩스,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
민주당이 상법 개정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개정안 주요 내용은
1) 이사회의 직무 충실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
2) 소액 주주들이 원하는 이사 선출 가능성을 높여주는 '집중투표제 이무화'
3_ 지분을 3% 넘게 보유한 주주의 이사 선임 의결권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4) 소액 주주들의 의견이 회사 운영에 반영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5) 주주들의 총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입니다.
상법 개정은 국내 증시를 정상화할 단초 라고 생각합니다.
상법 개정시 기업가치가 상승할 만한 기업으로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아래의 조건들을 충족하는 기업이 상법 개정시 실제 수혜를 입을 기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 잘못된 오너십을 보여주고 있는 회사 (나쁜 거버넌스)
좋은 회사가 더 좋은 회사가 되는 것보다, 안 좋았던 회사가 좋은 회사로 변모하는 것이 더 극적인 주가 상승을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잘못된 오너십을 실제 견제할 수 있는 지분구조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주는 대주주를 실제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이미 대주주를 견제 가능한 지분구조를 가진 회사여야 할 것입니다.
3. 낮은 멀티플이 적용되고 있는 기업일 것
PER, PBR, EV/EBITDA 등의 절대적 밸류 수치가 낮아야,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의 내재가치까지 주가 상승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하고 있는 VIP자산운용의 'VIP 한국형 가치투자' 펀드의 보유 종목을 살펴 보는데, 제가 잘 모르는 HL홀딩스 라는 기업이 보유비중 상위 10 종목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HL홀딩스가 어떤 기업인지 간단히 리서치 해보던 중에 이 기업은 상법 개정시 높은 확률로 수혜를 받을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가 우량한 지주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업정보]
HL홀딩스는 국내외에서 자동차 부품 유통업을 영위하는 기업입니다. 2023년 기준 1.25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최근 HL홀딩스의 미국 법인이 텍사스 오스틴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3Q24 기준 YoY로 매출은 4.4% 성장하였으나 고정비가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동기간 19.6% 감소하였습니다. 글로벌 협력사에서 부품을 구매하고 유통하는 사업 특성상 2025년 완료할 IT 시스템 구축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합니다.
[상법개정시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이유]
먼저, HL홀딩스는 최근 잘못된 오너십으로 이슈가 되었던 기업입니다.
HL홀딩스는 정 회장의 장녀와 차녀가 설립한 '로터스PE'(두 딸이 PE 지분 100% 소유)라는 사모펀드에 회삿돈 2,170억원을 지원하였고, 이 중에서 436억원의 평가 손실액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PE에 출자한 2,170억원은 HL홀딩스의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922억원)의 2.4배에 달하는 큰 금액입니다.
시장은 로터스PE의 운용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2023년말 기준 해당 PE의 임직원은 이상민 대표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며, 이상민 대표의 경우 공시상 투자 관련 이력이 전무합니다.
3Q24 기준 이 사모펀드의 투자금액 대비 평가손실은 436억 원이며 WCP(2차전지 분리막 회사, 코스닥 상장)에 투자한 1,000억 원 가운데 761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우성플라테크에서도 187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로터스PE의 출자금액 전액이 HL그룹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투자 이익은 HL홀딩스의 정 회장과 두 딸이 누리는 반면 투자 손실은 주주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HL홀딩스는 대주주의 부족한 지분율을 보완하려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뒤, 이를 공익법인 재단에 넘기려는 파렴치한 의사결정을 내렸던 전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HL홀딩스는 최근 보유한 자사주의 약 84%에 해당하는 47만여 주(160억원 상당)를 신설 공익재단에 무상으로 증여하려 했으나, 주주들의 강한 반발로 해당 계획을 철회하였습니다. 자사주를 무상 출연할 경우, 회사 실적에는 그 금액이 모두 손실로 잡히게 됩니다.
160억원의 손실은 2024년 1-3분기 HL홀딩스의 누적 기준 지배주주순이익(300억원)의 53.3%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자사주를 공익법인 재단에 무상출연할 시, 재단은 넘겨받은 자사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주주의 회사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HL홀딩스는 이같은 의사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위와 같이 HL홀딩스가 자사주를 떠넘기려 한 것은 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입니다.
정몽원 회장과 특수관계인 6인의 지분은 32.52%인데, VIP자산운용과 베어링자산운용, 그리고 국민연금이 23%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번 자사주 공익재단 무상 출연 또한 VIP자산운용 등의 반발에 가로막혔고, 회사는 주식 소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한, 보다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다음으로, HL홀딩스의 멀티플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HL홀딩스의 PER는 2020년만 해도 8.89배였지만, 23년에는 6.71배로 하락하였으며 24년 예상 PER는 4.76배에 불과합니다. 이 회사의 23년 기준 PBR는 0.34배로 주가가 2배 상승하여도 PBR 0.6배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따라서 엄청난 가치 상승이 아닌, 적절한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기만 해도 상당한 주가 업사이드가 있을 것입니다.
[결론]
HL홀딩스는 현재 시장에서 매우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저평가된 기업들은 저평가 받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회사의 주가를 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취약한 지배구조이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HL홀딩스의 주가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주주의 지분율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큰 차이가 없는 현 상황에서, HL홀딩스가 기관들의 압박으로 인해 적극적인 밸류업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