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애플 맥(Mac)은 게임기가 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노아입니다.
과연 애플의 맥(Mac)은 게임기가 될 수 있을까요?
작년 6월에 개최된 WWDC에서도 애플은 새로운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AAA급 게임 중 하나인 '데스 스트랜딩'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불과 몇 년 전 콘솔 게임기와 윈도우 PC용으로 등장했던 게임인데, 이 게임이 맥에서, 별도의 고성능 외장 그래픽카드가 탑재되지 않은 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M2 칩셋이 탑재된 맥북에어에서 데스 스트랜딩은 원활히 플레이 가능하며 M3 Max가 탑재된 맥북 프로 모델에서는 4K 60프레임 방어가 가능합니다.
https://youtu.be/u4ivzvgctVc?si=VD8FnSOPEZN4BAKy&t=210
현재 애플의 맥이 게임기로서 맞닥뜨린 가장 큰 장벽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성능이나 애플의 Mac OS가 게임 플레이에 적합하냐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깔려 있는 것이죠.
저는 현재 애플의 아이맥 27인치(2020년 기본형) 모델과 맥북 프로 13인치(2020년형)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유 중인 아이맥 모델은 롤, 피파, 오버워치 등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양을 갖췄음에도 맥과 게임 사이에 놓여 있는 심리적 거리가 너무나 큰 탓에 맥으로 게임을 즐길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윈도우PC와는 달리 맥으로는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적인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막연히 깔려 있었습니다.
가끔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에도 플레이스테이션5를 켜지 맥에서 게임을 돌리진 않았습니다. 일종의 심리적 방벽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디아블로3나 툼레이더, 풋볼매니저, 심즈 시리즈처럼 맥에서도 돌아가는 흥미로운 게임들이 있긴 했지만 그동안 맥에서 게임을 한다는 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게임을 대하는 애플의 행보과 2020년대 이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아이패드, 아이폰, 맥북 등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모아둔 구독형 요금제인 애플 아케이드를 비롯해 대형 콘솔게임인 바이오하자드, 데스 스트랜딩, 사이버펑크2077 등 AAA급 게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윈도우 진영과 비교할 때 애플의 행보가 조금 늦은 것은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이 같은 고사양 게임들이 애플 실리콘 칩셋(M계열)이 탑재된 맥에서 플레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제는 단순히 '맥으로도 게임이 된다'는 의미를 넘어 '맥으로는 고사양 게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게임 개발사로서도 앞으로는 대형 게임을 Mac OS에서 구동 가능하도록 출시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왜 애플이 맥을 게임기로 만드는 데 이토록 진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선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애플 실리콘 칩셋이 탑재된 2021년 이후의 맥(아이맥, 맥미니, 맥북)은 '충분한 성능'과 '하드웨어의 표준화'를 달성했습니다.
맥은 이제 PC와 콘솔 게임기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콘솔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와 PC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하드웨어 표준화 여부 입니다.
콘솔 게임기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 성능이 보장된다는 점입니다. 이용자들은 어떤 게임이 내 게임기를 지원하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은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중 한 가지만 보유하고 있다면 못 할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닌텐도는 특유의 폐쇄적 정책을 유지하는 만큼 조금 예외입니다.)
하지만 윈도우PC 게임 시장은 조금 다릅니다. 각 이용자가 보유한 컴퓨터는 운영체제만 윈도우로 같을 뿐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카드의 용량, 저장장치의 속도 등이 모두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즐기려는 게임의 '최소 사양'이나 '권장 사양'을 면밀히 살펴본 뒤에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윈도우PC는 게이머와 게임 제작자 모두에게 있어 최고의 게임 머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게임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2020년 11월 M1칩이 탑재된 맥북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애플의 맥도 윈도우PC의 특성을 똑같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CPU와 GPU의 종류가 워낙 다양했다 보니 이용자의 PC 성능이 제각각이었습니다. 또, 게임 제작자가 맥용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발 환경도 윈도우 진영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자체적으로 설계하는 M1 칩셋이 맥 라인업에 탑재되기 시작하며 성능의 파편화와 게임 개발인프라의 아쉬움이라는 문제가 한 번에 풀리게 됩니다.
M3 기본형 칩셋이 탑재된 맥 라인업은 이미 초고사양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대작 게임을 제외한 게임을 구동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많은 GPU를 탑재하는 프로, 맥스, 울트라의 경우 기본형 칩셋에 비해 그래픽 성능이 훨씬 우수합니다.
게임 개발자들은 애플 실리콘의 시초인 M1을 기준으로 게임을 개발해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에 최적화라는 짐을 크게 덜어낼 수 있습니다.
2022년 WWDC에서 발표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M1 맥북에어에서도 괜찮은 퀄리티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https://youtu.be/WuBAtiHRB5Y?si=WEcRVBo7PbpHn0pF&t=45
2020년 이후의 맥은 PC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사실상 기본 아키텍처가 통일되어 있고, 기본, 프로, 맥스, 울트라로 이어지는 프로세서의 라인업에는 코어의 개수에 따른 성능의 차이만이 있습니다.
또한, '메탈'을 비롯한 Mac OS의 API세트는 칩셋에 직접 접근해 칩셋의 성능을 거의 100% 활용합니다. 이는 범용 운영체제의 특성상 손실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는 윈도우 진영과는 구별되는 애플만의 '최적화'가 가능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심지어, 프로젝트 카탈리스트로 시작한 소프트웨어의 멀티 배포 전략으로 개발자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게임을 아주 손쉽게 Mac OS로도 배포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아이패드 등 모바일 게임을 위주로 개발하던 게임사들이 개발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맥용 게임 시장에 손쉽게 뛰어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신, 콜오브듀티 모바일 등 최근 모바일 게임들의 결과물은 고사양 PC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칩셋의 성능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만큼, 휴대폰 게임의 퀄리티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맥에서 구동 가능한 모바일 게임들은 Mac OS에 대형 콘솔 게임들이 출시되기 전까지 "맥에서는 게임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용자들의 기존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애플이 최근 공개한 게임 포팅 도구는 윈도우의 상징인 다이렉트 X 게임을 맥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Mac OS용으로 출시되지 않은 디아블로4를 이 게임 포팅 도구를 활용해 이용자들은 맥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D68ez7oiaK0?si=SBLyqno676wjFoxa&t=513
게임 포팅 도구는 기존 윈도우PC용 게임들을 맥으로 가져오기 쉽게 하는, 어떻게 보면 IOS용 게임을 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카탈리스트의 역할을 윈도우로 넓힌 셈입니다.
애플이 내놓은 게임 포팅 도구는 에뮬레이팅(맥에서 윈도우 작업환경을 가상으로 구현) 호나경이지만 버전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성능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2-3년 내에는 윈도우PC로 출시된 게임을 맥에서도 거의 성능의 손실 없이 실행 가능할 것 같습니다.
둘째,맥은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매력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게임의 유통은 기존의 막강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이뤄질 것이고, 게임의 형태에 따라 구독형 애플 아케이드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Mac OS용 게임을 만든 뒤 판매할 인프라(하드웨어 +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으니 애플은 이제 게임사들을 끌어모으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같은 플랫폼 전략은 애플이 가장 잘 하는 것입니다.
M1 칩셋이 탑재된 2020년의 맥북 출시 이후 맥의 판매량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플은 2021년에는 2,900만대, 2022년에는 2,600만대, 2023년에는 2,900만대의 맥을 판매했습니다.
애플 실리콘 전환 이후 3년간 대략 8,400만대가 팔린 셈입니다.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가 2020년 출시 이후 동 기간 5,480만대 팔린 것과 비교해 보면, 애플의 Mac OS용 게임 시장이 얼마나 거대할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맥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맥은 게임 개발사에게 무시할 수 없는, 언젠가 진출해야 할 시장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개발사들이 맥에서 구동되는 게임을 많이 내놓을수록 이용자들도 맥에서 점차 게임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요?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이 맥을 이용해 엑셀, 글 작성 등의 생산적인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 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플레이스테이션5 하드웨어를 판매하고, 게임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소니의 게임 부문 매출은 24년 2분기 기준 8.1조원 입니다.
이를 단순 연환산 하면 연 매출이 적어도 30조원은 될 것입니다.
애플의 2023년 총 매출액이 500조원이므로 30조원의 매출은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애플의 매출 절반이 아이폰이라는 단일 품목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거대 제국이 되어버린 애플은 매출의 변동성을 줄이고 계속해서 외형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장기간의 주가 상승을 가능하게 한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캐시 카우를 발굴해야 하죠.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인 스팀(Steam)의 2023년 매출액은 약 10조원 입니다. 10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회사가 직원 수는 300명에 불과하며, 제조원가가 발생하지도 않으니 영업이익률은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50%(크래프톤 영업이익률 47% + @)는 될 것입니다.
Mac용 게임 유통사업에서 5조원의 순이익을 일으킬 수 있다면, 애플로서는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2020년형 아이맥을 약 3-4년 정도 더 사용한 뒤에는 새 데스크탑을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 1월부터 매 월 3만원 정도 불입하는 적금을 든다면 4년 뒤에는 원금 기준으로 170만원 정도의 현금이 생기네요.
이자가 4년간 조금 붙는다면 190만원 정도의 예산을 잡을 수 있겠습니다.
현재 애플 공식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M4 pro가 탑재된 맥미니를 2백만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나 다른 오픈마켓에서 구입할 경우, 5-10% 정도의 할인을 받을 수 있으므로 4년 뒤 적금을 깨면 프로 칩셋이 탑재된 2028년형 맥미니를 가질 수 있겠네요.
4년 뒤에는 칩셋의 성능도, 애플의 게임환경도 훨씬 더 나아질테니, 그때쯤에는 정말로 콘솔 게임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게임을 잘 즐기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게임이 잘 돌아가는 컴퓨터를 한 대쯤 소유하는 것은 남자들의 없어지지 않는 로망인가 봅니다.
이만 포스팅 마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