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K-리츠와 K-주식의 미래
안녕하세요, 공부하는 노아입니다.
국내 주요 리츠에 분산 투자하는 ETF인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는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연중 고점 대비 10% 이상 주가가 하락한 것이죠.
23년 11월 이후 대부분의 리츠가 20% 가까이 주가 상승을 보였지만, 최근엔 대부분의 리츠가 상승폭의 절반 이상을 토해냈습니다.
"미국 경기가 너무 좋아 금리 인하 속도다 더디다:, "국내 대출금리는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라 이자비용이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등 여러 해석을 증권사나 다른 금융기관에서 내놓고 있지만 리츠가 '한국화'됐으며, 이는 앞으로 오랜 기간 리츠주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리츠 시장에 속속 진출하며, 리츠가 주주가치 환원보다는 대기업 혹은 최대주주의 자산 유동화 통로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2010년대 인수한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홈플러스 리츠를 상장하려고 했으나, 자산 유동화 통로로 쓰일 것이라는 이슈로 상장이 무산되었습니다.
롯데리츠도 편입 자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며 상장 공모 과정에서 상당히 곤욕을 치뤘던 기억이 납니다.
우려가 현실화한 핵심적 계기로 23년 9월 SK리츠의 증자가 있습니다. 당시 SK리츠는 SK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수처리센터를 1.2조원에 매입하기 위해 3,3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습니다.
당시 SK그룹이 SK하이닉스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SK리츠 주주들의 돈을 끌어다 쓴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SK리츠 측은 "해외 인프라펀드와의 경쟁을 통해 매입한 자산"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삼성증권)마저도 "범용성 낮은 자산으로 자산가치 상승이 제한된다"며 SK리츠의 목표가를 19%나 낮췄습니다.
비슷한 구조의 증자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화리츠는 23년 한화생명으로부터 8,000억원에 매입한 장교동 한화빌딩 관련 대출을 갚기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롯데리츠는 L7 강남호텔 매입과 관련해 1,600억원의 증자를, 디앤디리츠는 명동N빌딩과 관련해 700억원의 증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임대료를 수취할 수 있고, 향후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우량한 부동산을 제값을 주고 사온다면 그 누구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 리츠는 스폰서의 자산을 시장가 대비 저렴하게 매입하는 반면, 한국은 외부 감정평가를 받았다는 핑계로 시세보다 돈을 더 주고 스폰서로부터 자산을 사온다는 게 문제인 것이죠.
🏠 스폰서 리츠의 정의
스폰서 리츠는 아시아 리츠 시장의 특징적인 구조로, 리츠를 설립하고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스폰서의 존재가 핵심입니다. 주요 특징과 장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스폰서 리츠의 특징
- 스폰서는 리츠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거나 자산관리회사(AMC)의 지분을 소유하여 리츠를 통제합니다
- 스폰서는 리츠의 설립, 포트폴리오 확대, 증시 상장 등 성장 과정을 지원합니다
- 대표적인 국내 스폰서 리츠로는 삼성FN리츠, SK리츠, 한화리츠, 롯데리츠 등이 있습니다
2) 장점
- 자산 파이프라인: 스폰서가 리츠에 자산을 공급하여 포트폴리오 확대를 지원합니다
- 안정성 보증: 스폰서의 지원으로 리츠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3) 단점과 우려사항
- 대리인 문제: 스폰서와 다른 투자자들 사이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부적절한 거래: 스폰서가 자신의 자산을 리츠에 비싸게 매각하거나, 높은 관리 수수료를 책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위험 증가: 스폰서 지분율 상승이 리츠의 시장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4) 영향과 고려사항
- 스폰서 지분율: 일정 수준까지는 시장 초과 수익률을 상승시키지만, 그 이상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배당 정책: 높은 배당이 스폰서의 이익 추구 수단일 수 있으며, 리츠의 성장 기회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 유동성: 스폰서의 정보거래로 인해 리츠의 시장 유동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K-스폰서 리츠는 장점이 더 많은 일본의 스폰서 리츠와는 달리 스폰서 리츠의 단점만이 두각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리츠 산업이 훨씬 오래전부터 발달한 일본의 경우 좋은 자산을 저렴한 시기에 매입해 임대료로 배당하며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고 적기에 이를 매각해 매각차익을 특별배당하며, 매각차익의 일부를 유보해 신규 자산 편입에 활용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폰서의 자산을 비싼 값에 사오며, 매입 부담은 유상증자를 통해 리츠의 주주에게 떠넘기는 국내 리츠와는 큰 격차를 보입니다.
삼성증권은 "일본 리츠 역시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해왔지만, 무조건적인 증자보다는 가격 대비 순자산가치(P/NAV) 할인률이 낮은 시기(증자를 하더라도 제 값에 신주발행을 할 수 있는 시기)를 골라 신중히 실행한다"며 "대규모 자산편입에도 LTV를 40% 이하로 떨어뜨린 닛폰프로로지스 외에도 차입 없이 자산을 편입함으로써 LTV를 크게 강화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국내 리츠의 기이한 운영형태를 지적합니다.
LG그룹, 신세계그룹 등은 현재 리츠를 통한 유동화를 검토하는 대표적인 대기업입니다.
LG와 신세계 외에도 많은 대기업이 리츠를 통한 유동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스폰서로 있는 리츠는 모양새가 거의 동일합니다. 공모 성공을 위해 '알짜 부동산'을 리츠에 1-2개 넣어둔 대신 비싼 공모가를 책정하며, 리츠에 본인들의 지반 과반을 남겨 상장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자산을 점유하는 것이죠.
리츠 주주들의 권리를 사실상 똥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참 많이 납니다.
이런 움직임이 지속되면 리츠가 '대기업의 마이너스통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제3자를 통해 중립적으로 평가를 받은 공정가치'라고 항변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분할합병 비율도 두산 측이 주장하는 '중립적인 제3자의 공정한 가치평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봅니다.
https://www.invest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1/07/2024110780006.html
국내 주식시장을 흔히들 기관의 놀이터, 개인 투자자의 무덤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개인 투자자의 의견이 절대로 반영되지 않은 후진적인 지배구조, 비효율적인 자본배치, 빈약한 주주환원 등 국내 주식시장이 제 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 정확히 깨닫고 있습니다.
동시에, 해외 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몇 년 전보다 훨씬 높아지며 기대 수익률이 더 높은 미국과 일본, 대만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24년 9월 초 기준 국내 증시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한 비중은 64.37%로 23년의 71.05%보다 6.68%포인트 줄어들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짐을 싼 투자자들은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주하고 있는데요,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약 111조원으로 전년 동기의 87조원보다 28.2% 증가했습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수급적인 요인에서 보자면,
1)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시장에서 돌아올 가망이 보이지 않고
2) 기관 자금은 확대는 커녕 축소되는 추세이며
3) 외국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을 늘릴 생각이 없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투세 폐지와 이로 인해 코스피 지수의 반등이 이뤄지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미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이 한국 주식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손실을 본 것이 전부이죠.
국내 주식으로 수익을 본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더라도, 미국 주식을 더 살 것이지 국내 주식시장에 돌아올 일은 없어 보입니다.
동학 개미운동으로 인해 2021년에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기록한 것이나 2022-2023년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폭등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일부 기관과 세력만 남아 테마주 위주의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수하지 않도록 만든 것은 주주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대주주, 대주주를 호위하는 이사회, 대주주를 처벌하지 않는 금융당국이 멋진 콜라보를 수 십년간 해왔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K-리츠는 대기업의 자산 유동화 창구로라도 쓰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K-리츠를 외면하는 순간이 언젠가 온다면 K-리츠의 결말도 국내 주식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 리츠에 투자하며 한국 리츠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가지고 중개형 ISA 계좌에서 50%에 가까운 비중으로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아, 리츠에 'K'가 붙는 순간 투자하면 안되는 거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은 현재
1) VIP한국형가치투자 (전체 자산의 2-3% 비중)
2)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 (전체 자산의 13% 비중)
3) SOL조선 TOP3 플러스 (전체 자산의 2% 비중)으로
세 종목을 다 합하면 전체 자산의 17% 정도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조선 ETF는 내년 상반기 정도에 매도할 생각이고, VIP한국형가치투자 공모펀드는 조금 더 비중을 늘릴 생각입니다.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는 비중을 전체 자산의 6-7% 정도까지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결국, 제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은 점차 낮아질 것 같습니다.
그 대신 미국과 그 외 선진국(일본, 유럽 등) 그리고, 인도의 비중을 높일 생각입니다.
펀더멘털은 미국, 테마는 국장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투자자들 사이에 통용되어 왔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이탈하며 거래대금이 메말라가는 현실에서, 이제 국내 주식시장은 테마주 위주의 장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이 장기 우상향하지 않는 한, 누군가는 손실을 보게 되고 손실을 본 주체는 국내 주식을 떠나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이 십 수년간 이어지며 이제 국내 주식시장에는 더 이상 속아줄 사람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