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스크랩] 미국 제조업 부활의 신호탄인가?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한 테크 기업들의 시대가 저무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는 첨단 IT 기업의 시대가 가고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등에 업은 자동차 산업이 부활하고 있다.
2022년 메타 플랫폼스와 넷플릭스의 주가는 각각 64%, 51% 하락했다. 애플과 아마존, 구글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테크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장기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준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인 데 있다. 금리가 낮을 때는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지만 고금리 하에서는 가치주나 고배당주를 선호한다.
자본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테슬라를 들 수 있다. 테슬라는 2021년 말 S&P500에서 5번째로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했지만 2022년 말에는 주가가 급락하며 11위를 기록했다. 전고점 대비로는 7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셈이다.
금리가 오르고 경기침체 초입에 접어들면서 테크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섰다. 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며 수 십년 동안의 부진을 딛고 일어서는 중이다. 투자가 늘어는 핵심적인 이유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배터리 생산 공장에 대규모 지원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및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가공했다면 3750 달러를 2. 전기차 배터리에 북미 지역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나머지 3750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최대 7500 달러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전기차가 미국에서 최종조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만 세액공제 대상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된다. 실제로, IRA 법안이 실행된 이후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기아의 EV 6 판매량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타 전기차 업체에 비해 낮은 판매가격을 무기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던 현대차그룹에겐 큰 악재이다.
(세액공제 : 과세소득금액에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된 세액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하는 것 즉, 납세의무자가 낼 세금 가운데 일부를 아예 빼주는 것을 의미한다)
IRA 법안의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조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규제가 강해진다. 배터리의 경우 2023년까지 부품의 50%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해야 하며 2027년부터는 80% 이상의 부품이 북미 지역에서 조립 혹은 제조되어야 하며 핵심 광물은 미국산 비율을 2023년까지 40% 이상을 시작으로 매 년 10% 포인트씩 올려 2027년부터는 8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23년 1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이던 세액공제 지급 세부 규정의 적용 시점을 3월로 연기하며 법안의 효력이 연기되면서 당장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는 7500 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 전기차 생산공장이 부재한 현대차그룹에겐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세부 규정 적용 시점이 연기된 것이 오히려 현대차에겐 독이 되었다. 7500 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은 테슬라의 모델 3 차량 가격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5보다 저렴해졌다.
현재 전기차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조건을 충족하는 완성차 업체는 테슬라, GM,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닛산 등이 있다.
7500 달러의 세액공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2년 2분기 2위 -> 3분기 3위로 내려오며 2위 자리를 포드에 내주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공장의 완공시점을 2024년으로 앞당기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조지아주 신공장의 실제 착공은 올해 초부터 진행될 예정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GV70을 생산하기로 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전기차 생산라인이 존재하지만 규모 측면에서 조지아주에 신설될 전기차 전용공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조지아주 공장을 가능한 빠르게 가동해야 IRA 법안에 의한 미래 판매 손실을 줄일 수 있다.
IRA 법안에 전기체 세액공제 관련 조항이 포함된 이유는 전기차 및 2차전지에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의 날개를 꺾는 것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중산층 인구를 두텁게 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재 2차전지 시장은 중국의 CATL, BYD, 한국의 LG엔솔, SK온, 삼성SDI, 일본의 파나소닉이 사실상 유일한 공급자다. IRA 법안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강한 만큼 국내 2차전지 업체에겐 호재로 작용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에겐 최소 2024년까지 큰 타격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IRA의 적용유예 등의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2023년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총수출이 최대 4.2%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2차전지 및 관련 부품 업체가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동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 일자리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현대차 조지아 주 공장은 8,100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미국에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아이오닉 5(현 울산 공장 생산), EV6(현 화성 공장 생산)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이 20~30%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한다.
국내 완성차 기업의 미래를 위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거점 증설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관련 일자리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국내 경제에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자 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